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Esta es la juventud del Papa!
(우리는 교황님의 젊은이들입니다!)

  2022년 7월 “2023 리스본 WYD 살레시오수녀회 순례단” 모집이 시작되었다. 나이도 지역도 성격도 WYD 참가 동기도 다른 24명!(동반자 포함 총 26명) 도움이신 마리아 대축일이 5월 24일이라 24라는 숫자부터 마음을 설레게 했다.

  2022년 9월부터 12일까지 월 1회 ZOOM으로 준비모임을 시작했고, 올해는 2월부터 월 1회(총 6회) 대면모임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멀리 제주에서부터 대전, 수원, 인천, 의정부, 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서 형제, 자매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성지순례하게 될 스페인과 WYD 개최지인 포르투갈에 대해서 공부하고, 주제가와 율동을 배우면서 WYD를 준비했다.

  그리고, 2023년 7월 23일, 18박 19일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성지순례>

  7월 23일 오후부터 26일 오전까지 3박 4일동안 스페인 성지순례를 했다. 우리 수도회의 주보성인인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발자취를 따라 톨레도, 아빌라, 알바 데 토르메스, 살라망카의 주요 지역을 둘러보았다. 성녀 데레사의 은총인지, 식사시간마다 나온 포도주의 은총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어색함은 점점 사라지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기쁨의 살레시오수녀회 순례단”의 모습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순례의 마지막 날 호텔 한켠에 모여 나눔을 했는데, 하나 같이 한 말은 ‘떠나기 전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떠나고 보니 걱정이 무색하게 잘 지내고 있어서 놀랐다.’라는 말이었다.

  그중 한 청년의 나눔이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다.  어머니께서 세계청년대회를 제안하셨고, 어머니의 마음은 몰라준 채 크게 말다툼을 한 뒤 생각해보니 어머니가 제안하신 데는 이유가 있겠지? 하며 마지못해 “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준비모임에 와서도 큰 감흥이 없고 어색하게 있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신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하며 ‘내가 있을 곳은 바로, 이곳이구나!’라는 고백을 했다.

  무엇이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로마8,28)는 로마서 말씀이 떠올랐다.

<교구대회>

  26일 스페인 살라망카에서 347km,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모젤로스 본당 앞에 신자들이 모여 기타로 WYD 주제가를 연주하고 박수를 치며 환대했다. 호스트 가족들은 정성스러운 식사를 마련해주었고 오전에는 성당에 모여 준비된 전례를 한뒤 코르크 마개 공장 견학, 마을 오케스트라 공연장 및 마을 양로원 방문, 체육활동과 줌바댄스 등을 체험하고 오후에는 본당 중고등학생, 대학생과 그룹을 지어 포르투를 탐방했다.

  하느님의 자녀로 형제애를 느끼며 가족정신을 체험했던 6일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주일 미사는 마을 공원에서 야외미사로 이루어졌다.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해바라기로 장식한 제대 주변과 포르투갈 국기와 태극기로 장식한 제대를 보며 모젤로스 본당 신자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본당 신자들의 크고 작은 보살핌과 따뜻한 마음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김진희 모니카 수녀는 한복 입은 성모님 액자를 선물했다. 미사 후 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우리를 위해 몇 개월 동안 연습한 태권도 품새와 격파 시범 무대가 있었다. 우리도 답례로 그동안 연습했던 율동 두 가지를 선보였다.

  31일 아침,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워 모두 눈물을 흘렸다. 겨우 겨우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버스에 탑승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모젤로스 본당과 조금씩 멀어져 가는 그 순간, 어린이,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떠나는 버스와 함께 본당 뒤편 묘지 끝까지 달려오며 인사를 했다.

<본대회>

  본대회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난다는 설렘반, 얼마나 많은 고생이 펼쳐질까 하는 걱정 반으로 시작했다. 우리가 배정받은 숙소는 교실 2개! 남자 4명, 여자 20명+FMA 2명, 총 2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괄괄이” 방과 “조용이” 방으로 나누는 것!

“괄괄이” 방 입주 조건: 1. 코골이 가능 2. 잠귀가 어두움 3. 정리정돈을 못함

“조용이” 방 입주 조건: 1. 조용히 자야함 2. 잠귀가 밝음 3. 정리정돈은 칼같이!

  입주자들이 정해졌다. “괄괄이”들은 하루종일 걷고 밤늦게 들어와도 아침처럼 쉴새 없이 이야기하고 각자의 흐름에 맞게 잠들었다. 다양한 악기 소리를 내는 코골이 오케스트라 속에서도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다. 밤새도록 창문을 열어놓아도 감기 걸리는 사람 한 명 없었다. “조용이”들은 방에 들어오면 ’부스럭‘소리도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그리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잠들었다. 물론 창문도 닫았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잠이 보약‘이라고, 잘자고 잘먹고, 싸우지 않고, 어느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그리고 모두가 만족해하며 7일을 보냈다.

  2일~4일 오전에는 리스본 파티마 성모 성당에서 ’Rise up‘(일어나라) 교리교육에 참여했다. 한국을 떠나온 지 어느덧 2주 정도가 지나서 그런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청년들과 한국말로 대화하고 노래 부르며 교리교육과 미사를 드린다는 것이 마음을 뜨겁게 했다. 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찬양을 하던 중 들려오던 청년의 고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에요. 한국에서도 이렇게 함께 찬양하고 미사 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의 바람이 한국에서도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교리교육 마지막 파견 미사는 본대회에서 드리는 마지막 한국어 미사였기에 목이 터져라 성가를 불렀다. (한국에 돌아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는 곳마다 기쁨이 넘치고 웃음이 끊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마지막까지 행복해 보이는 단체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살레시오수녀회 순례단‘이었더라는 후문! 불평, 불만, 짜증을 이겨내고 악을 이겨내는 최대의 무기가 “기쁨”이라는 것을 알게 된 우리는 공항에서 헤어질 때까지 넘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2일 오후에는 에스토릴에 있는 살레시오 신학교에서 열리는 SYD(Salesio Youth Day)에 참가했다.(약 8천명 참가) 약 한 시간 동안 발 디딜 틈 없는 기차 안에서 기쁨이 넘치는 전 세계 살레시안들의 구호와 노래 소리, 땀 냄새를 맡으며 에스토릴에 도착했다. 살레시오를 처음 접하는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던 터라 모든 것이 어색하고 어리둥절한 참가자들과 함께 신학교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키아라 카추올라 총장 수녀님을 뵙게 되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외국 수녀님과 함께 얼떨결에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우리 수도회 총장 수녀님이시라고 알렸더니 너도나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SYD 개회식에서는 돈보스코의 ‘아홉살 때 꿈’을 무용극이 공연되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보고 있던 한자매는 어린 요한 보스코가 바닥에 떨어진 모자(Berretta)를 떨리는 마음으로 머리에 썼을 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이런 감동을 뒤로하고 한 시간 반 떨어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본부에서 제공한 햄버거를 급하게 먹고 다시 기차에 올랐다.

  3일 오후는 교황님 환영식 참가를 위해 교리교육을 마치자마자 에두아르두 7세 공원으로 향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장시간 기다림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나려는 열망이 기다림을 축제로 만들었다.

¡Esta es la juventud del Papa! (우리는 교황님의 젊은이들입니다!)

  목소리가 파도처럼 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모두 한목소리로 ¡Esta es la juventud del Papa!를 외쳤다. 교황님은 활짝 웃으시며 손을 흔들고 지나가셨다. 교황님이 지나가신 뒤 한국 참가자들은 핸드폰에 교황님이 잘 담겼는지 확인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편 청년들은 교황님을 뵈었다는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성호를 긋고 있었다. 교황님을 핸드폰이 아니라 마음에 담은 사람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이었다. 참가자들은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며 다음 날을 기다렸다.

  4일 오후에는 환영식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5시간가량 기다린 끝에 ‘십자가의 길’이 거행되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라 청년들이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나중에 나눔을 들어보니 각자 안에서 하느님께서 일하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5일은 철야기도, 6일은 파견미사가 있었다. 테주공원에서 비박을 해야 했고 200만명이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이른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교황님을 다시 만난다는 기쁨과 함께할 전 세계 청년들의 열기와 뜨거운 태양과 더위, 끊임없는 기다림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성모님도 엘리사벳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신 성모님의 마음도 같으셨을까?

  1시간 버스, 1시간 걷기 후 도착한 테주공원 A10구역! 낮 기온 40도, 청년들은 점점 지쳐갔다. 가진 것 중에 햇빛을 가릴 만한 것들을 가지고 가림막을 만들었다. 옹색해 보였지만 태양을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더위와 사투를 하고 밤이 되니 18도까지 내려갔다.

  저녁이 되고 교황님 도착과 함께 철야기도가 시작되었다. 성체현시가 되니 침묵이 흘렀다. 200만명이 한순간에 침묵 속으로 들어갔다.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세계청년대회를 참가하며 청할 은총이 있었는데 몇 일이 지나도 아무런 깨달음이 없어 낙심하던 한 자매는 그 순간 깨달음을 얻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다음날 파견 미사는 장엄했고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다. 교황님은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갈 것인가?”라고 질문하시며 ‘빛나다’, ‘경청하다’, ‘두려워하지 않는다’ 세 단어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지구에 비가 필요하듯, 세상은 여러분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며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셨다.

  대망의 2027년 차기 대회 발표의 순간! “아시아, 한국 서울!”이라는 교황님의 말씀에 넘치는 감동도 잠시, 이때부터 우리의 단체 티와 태극기의 인기가 높아지며 서로 자신의 것과 바꾸자고 다가왔다. 계속해서 사진을 찍자고 요청해서 한 발짝 걸음을 떼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신앙인이라는 것에 대한 감사와 감동이 몰려와 기쁘게 그 순간을 함께 했다.

  살레시오 수녀로서 살레시오 영성과 예방교육 정신으로 청년들을 동반하려고 노력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다행히 청년들은 우리의 영성으로 스며들었다. 매 순간에 감사하고 모든 것에 기뻐했다. 존재만으로 사랑받고 사랑하기에 충분했다. 출발하기 전 신길동 관구관 울타리 수녀님들과 청년들이 기도 짝꿍을 맺었다. 청년들은 하나같이 수녀님들의 기도 덕분에 무사히 세계청년대회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2023 리스본 세계청년대회는 끝이 났지만, 우리에게는 하느님을 갈망하고 찾고 따르고자 모인 24명의 청년이 있다. 이들과 함께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맞이하면 어떨까? 성모님과 함께 다시 길을 떠나보자!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