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mentor #32472

혼자이면서 함께 2

사계절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각기 자신만의 모양과 색깔
향기와 고유한 특징을 지키며
자신의 때에 맞게
꽃피우고 지면서
다른 식물에게 기꺼이 자리는 내어 주는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장미에게 왜 가시를 냈냐고 묻지 않는다
마가렛에게 왜 향기가 매력적이지 않냐고 질책하지 않는다
넝쿨 식물에게 왜 곧게 자라지 않느냐고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타고 갈 지지대를 만들어 준다

고구마, 감자, 당근, 땅콩에게 왜 땅속에서
보이지 않게 자라냐고 흙을 뒤집지 않고
그저 때를 기다린다

밤송이에게 가시가 있어 알토란 밤이 영글고
은행껍질에 지독한 냄새가 있어
보석 같은 은행 알이 차오르며
호두의 껍데기가 단단하여 호두 살이 귀하다

마가렛은 봄에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지만
국화는 봄부터 싹을 틔우며 천천히
자라기 시작하여 가을이 되어서야
진한 향기와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에게 왜 덥냐고 따지지 않고
겨울에게 왜 춥냐고 꾸짖지 않고 수용합니다

모든 피조물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자라고
인간은 그 질서 안에서만이
다양한 아름다움을 만나고 감동할 수 있다

우리 인간도 여러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면서
자연의 저 다양한 모습과 고유성처럼
갖가지 모양과 색 그리고 향기를 지니고 있다

각기 다양한 삶의 모습들은
거부하거나 밀어내거나 차단하기보다
하나의 거룩한 질서로 받아 안을 때
참 아름다운 가정이 되고
공동체가 완성 된다

왜 그리 예민하냐고
왜 굳이 그렇게 일하냐고
왜 그리 느리냐고
왜 그리 말하고 행동 하냐고
쉽게 판단했던 생각과 말들을
흘러가는 세월의 물결에 흘려보내고
각기 고유한 모습으로 혼자 서있지만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어있음을 고백한다

 

글, 사진: 이미영 젬마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