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주님 안에 사랑하올 수녀님들,
이번에 퇴임하시는 4분 선생님들께서 남기신 아름다운 감사의 글을 보내드립니다.
- 퇴임: 심판섭 선생님(역사)
- 명퇴: 정만섭 선생님(역사), 조성복 선생님(지구과학), 이희규 선생님(국어)
30년 넘게 살레시오여중고에서 소녀들의 교육에 헌신하셨던 이 4분 선생님들을 위하여
기도해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현월심 수산나 수녀 드림

 

 


귀가하다.

퇴임 꽃다발을 가슴에 들고

저벅저벅 집으로 걸어간다.

질주하는 자동차 불빛 아직은 번잡한데

920,

가슴을 가득 채운 꽃은 벌써 졸고 있다.

 

해바라기처럼 살았다고........,

청순한 백합 같은 삶이었다고.......,

흔들리는 내 생애 같은 꽃송이 송이

내려 보는 팔 힘은 차츰 처지는데

야릇한 입가의 미소, 힐끗, 스치는 젊은 연인들 속

웬 꼬오옻,

감동 없는 아줌마 목소리는 가로수에 막힌다.

 

꺾인 꽃이야, 이제는.

펴보지 못한 지난 한 생이

밤안개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난다.

부끄럽게 내뱉은 말들이 톡톡 튀며 일어서고

야만의 회초리가 무섭게 다가와 심장을 후려친다.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니, 국화가 비아냥대며 기지개를 켜고

장미의 가시가 눈으로 들어와 박혀 고개 숙인다.

 

꿈이었으면 좋으련만

기억은 총총히 살아나 광주천을 넘쳐나고

회한은 붉은 신호등에 부딪혀 되돌아오는구나.

내 독한 눈살에 아프게 아렸을 눈이 큰 그 아이

지금은 어느 곳에서 피어 사는지........ .

저벅저벅

흔들리는 꽃다발을 보채며 집으로 간다.

그래, 내일은 출근하지 않아도 좋아.

현관문 비밀 번호 뚜뚜뚜,뚜우,뚜우,,뚜우 누르는데

1034,

늘어진 삶의 그림자 언저리 끝에

수세미 같은 아내의 목소리가 울먹이며 젖어 있다.

"당신, 이제 정말 집에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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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바쁘심에도, 개학하여 경황이 없으실 텐데도

따뜻한 정 나눔을 해주신 여러 선생님, 수녀님께

퇴임 교사의 뜻을 모아, 사랑의 마음을 다시 전합니다.

 

한 학교에서 30년 이상을 살아왔다는 것,

지낼 때는 긴 세월이었는데, 이제 생각하면 한순간이군요.

고통과 아름다움은 찰나에 불과하고

그리움은 영원할 거라는 마음으로

가슴에,

살레시오 여중고를 담고 살아가겠습니다.

 

살레시오여중고,

참 좋은 학교입니다.

선생님들의 직장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꿈을 키우는 곳,

사랑과 행복이 영그는

정말 의미 있는 터전이기도 하지요.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세상사 다 그렇지요, 어디 회한 없는 삶이 있던가요?

저희 능력에 한계도 있었고요.

다하지 못한 저희의 꿈,

더 멋지고 아름답고 행복한 살레시오여자중고등학교를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 잊을 건 다 잊고

여러분의 아름다운 모습만 기억하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2014. 8. 22

 

퇴임교사 심판섭, 정만섭, 조성복, 이희규 드림.